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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엔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장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 장날에 물건을 이고 지고 전국을 돌며 생계를 이어간 상인이 바로 '장돌뱅이'입니다. 장돌뱅이는 정주하지 않고 이동하며 다양한 생필품을 유통했던 조선의 방랑 상인으로, 도시와 농촌, 시장과 골목을 잇는 조선시대 유통망의 실질적 주역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장돌뱅이의 정의, 판매 품목, 장터 문화, 사회적 위상, 문헌 속 모습, 그리고 현대 장터 문화와의 연결성까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목차
1. 장돌뱅이란 누구인가?
장돌뱅이는 조선시대 장날에 맞춰 이동하며 물건을 팔던 이동 상인입니다. '돌뱅이'는 '돌아다니는 사람'을 의미하는 방언에서 유래했으며, 고정된 점포 없이 전국의 장시(시장)를 유랑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장돌뱅이는 소규모 유통자이자 정보 전달자로서, 시장 경제가 발달하기 전 농촌과 도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푸드트럭, 방문 판매원, 행상인의 조상이라 할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 보부상과 구분되기도 하고 혼용되기도 했습니다.
2. 장돌뱅이가 다닌 '장시'의 구조
조선 후기 상업 발달과 함께 5일장(오일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장돌뱅이들의 활동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이들이 다닌 주요 장시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5일 주기 개장 : 매 5일마다 돌아가며 장이 열림
- 지역 연계 : A마을 1일, B마을 6일 식으로 이동 동선 확보
- 시작 시간 : 새벽부터 자리 잡고, 해질 무렵 철수
- 판매 위치 : 물가, 나루터, 관아 주변 공터 활용
장시는 단순한 물물교환의 장이 아니라, 노동자 모집, 혼처 구함, 정보 교류, 공연 등 종합적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기도 했습니다. 장돌뱅이는 이 장시를 따라 움직이며 각 지역에 맞는 상품과 가격을 조절했습니다.
3. 주요 판매 품목과 거래 방식
장돌뱅이의 주된 판매 품목은 다음과 같은 생활필수품과 간단한 잡화들이었습니다.
- 부뚜막용 소금, 참기름, 된장 등 장류
- 바늘, 실, 베, 헝겊 조각 등 재봉용품
- 엿, 과자, 떡 등 간식류
- 간이 의약품, 침, 연고 등 민간처방물
- 간이 벼루, 붓, 먹물 등 문방구류
판매 방식은 '바구니, 멜빵 가방, 지게, 수레' 등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떴다! 장돌뱅이요~!" 같은 소리로 고객을 유인하기도 했습니다. 거래는 현물 교환(쌀, 나물 등)이나 작은 화폐로 이뤄졌으며, 일부 단골 고객과는 '외상 거래'도 존재했습니다.
4. 장돌뱅이의 생활상과 애환
장돌뱅이는 자유로운 이동성과 자율성을 가졌지만, 그만큼 '생계의 불안정성과 외로움'도 컸습니다.
- 노숙이 잦음 : 여관 이용보다는 절, 초가, 야외에서 숙박
- 하루벌이 살이 : 날씨나 장터 흥망에 따라 수입 편차 큼
- 지역 갈등 : 토박이 상인과의 경쟁, 관청 단속 대상 되기도 함
- 의사소통 : 다양한 지역 말을 익히고, 고객 맞춤 응대 필요
장돌뱅이는 '잡상인'으로 천대받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농촌 주민에게 꼭 필요한 유통자이자, 지역 경제의 순환자였습니다.
5. 문헌과 민속 속 장돌뱅이
장돌뱅이는 다양한 문헌과 민속자료 속에 생생히 등장합니다. <경도잡지>에서는 한양 장시의 모습과 함께 이동 상인의 역할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일명 장돌상(長突商)이라 하며, 물건을 이고 나르며 마을마다 물건을 팔고, 흥정을 붙이니라." - [경도잡지]
또한 『청장관전서』에서는 이덕무가 민초의 삶을 서술하며 장터 상인의 모습을 인상 깊게 묘사합니다. 민요나 민담에서도 장돌뱅이는 유쾌하고 수완 좋은 인물로 등장하며, 지방 설화 속에서는 '정보통, 중매쟁이, 약장수'와 같은 다기능 인물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6. 현대 유통 문화에 남은 흔적
오늘날 장돌뱅이의 정신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 전통 오일장 : 현재도 남아 있는 전국 5일장
- 이동 판매차 : 마을을 돌며 상품 파는 노점 차량
- 시장형 상권 : 골목시장, 플리마켓, 야시장 형태로 재탄생
- 장터 콘텐츠화 : 전통 장터 체험, 연극, 축제 활용
특히 농촌·산간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동 장사 문화가 존재'하며, TV 예능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에서도 장돌뱅이의 후손들이 소개되곤 합니다. 장돌뱅이는 단순한 행상이 아닌, 삶의 현장 속에서 물건과 이야기를 함께 파는 서민 경제의 실천자였습니다.
맺음말
- 장돌뱅이는 조선시대 장터를 이동하며 생필품을 판매하던 대표적인 방랑 상인이었습니다.
- 그들은 시장 유통의 핵심 역할을 하며, 민중 삶의 현실과 문화를 함께 전달했습니다.
- 오늘날에도 오일장, 이동 판매, 장터 축제 등으로 그 정신과 문화는 계승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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