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5. 6.

    by. goodppls

    조선시대의 음악은 궁중 의례와 민속 공연, 교육과 문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전통 악기를 제작한 장인들이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현악기, 타악기, 관악기 등의 제작에 주력한 '악기장'은 단순한 목수나 공예인이 아니라, 음악과 공예, 음향과 예술을 결합한 기술자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악기장의 정의, 제작 악기 종류, 목재 선택과 가공법, 음향 조절 기술, 문헌 속 기록, 그리고 현대 국악기 제작과의 연결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목차

     


     

    1. 악기장은 누구인가?

    악기장은 조선시대 전통 악기를 제작하던 전문 장인으로, 궁중, 종묘, 지방 관아, 교육기관 등에서 사용될 악기를 납품하거나 직접 수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궁중음악(정악), 민속악, 제례악에 쓰이는 다양한 악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목재 공예, 음향 지식, 음악 이론까지 겸비해야 했습니다. 악기장은 독립적인 장인이기도 했고, 경우에 따라 악공청(樂工廳) 또는 장악원(掌樂院) 산하에서 활동하며 궁중 행사에 필요한 악기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공방' 또는 '방(坊)'이라 불리는 작업 공간에서 다양한 도구와 재료를 활용해 악기를 만들었으며, 일부는 악공 출신으로 실연자의 시각에서 악기의 구조를 조정하는 데 능했습니다.

     

    나무로 악기를 만든 장인 - '악기장'

     

    2. 조선시대 악기의 분류와 제작 대상

    조선시대 악기는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로 크게 나뉘며, 악기장은 이들 대부분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대표적인 제작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현악기 :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등
    • 타악기 : 장구, 북, 편종, 징, 박 등
    • 관악기 : 퉁소, 대금, 생황, 소금 등

    특히 거문고, 가야금은 명장의 기술력을 판별할 수 있는 대표적 악기로, 현의 울림과 울림통의 균형이 소리를 좌우했습니다. 또한 장구나 북은 가죽과 나무의 조합이 필수이며, 단소나 대금은 내부 공명관 설계가 정밀해야 했습니다. 제작 대상 악기는 각 지역 풍속에 따라 형태나 음색이 다소 달라졌으며, 악기장 해당 지역의 음악 흐름에 따라 제작 방식을 세분화했습니다.

     

    3. 악기장이 사용하는 목재와 가공 기술

    악기장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목재입니다. 대부분의 전통 악기는 울림과 진동의 특성을 고려해 특정 수종을 사용했습니다. 주요 목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오동나무 : 가야금·거문고 울림판 제작 (가볍고 음향 전달 탁월)
    • 단풍나무 : 악기 몸체나 목판에 사용
    • 밤나무, 참나무 : 북통, 장구통 등 단단한 구조물용
    • 대나무 : 관악기(대금, 소금, 퉁소 등)의 주요 재료

    가공은 계절과 습도를 고려하여 장기간 자연건조한 후 조각칼, 줄, 망치, 끌, 송곳 등을 사용해 절단, 파기, 접착, 조각 등의 작업을 수행합니다. 특히 현악기 제작 시 음향 구멍의 위치나 굴곡의 깊이는 손끝의 감각으로 조절되며, 마감 단계에서 옻칠이나 한약재를 발라 소리를 안정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장인은 이러한 재료 선택과 가공을 통해 소리의 방향성과 울림의 지속성을 결정지었습니다.

     

    4.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장인의 음향 철학

    악기장의 핵심 역량은 단순히 악기를 만드는 기술을 넘어 '소리의 성격'을 조율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현의 장력, 울림통의 깊이, 통나무의 밀도, 관악기의 공명 구조 등 모든 요소가 소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가야금은 12줄 각각의 장력과 공명판 곡률이 미묘한 소리를 만들고, 대금은 내부의 지공 위치에 따라 음정이 달라지므로 장인은 직접 연주해 보며 조율합니다. 악기장들은 자신의 귀와 감각, 그리고 수십 년의 경험으로 '맑고, 길고, 균형 잡힌 소리'를 구현하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왕실이나 종묘제례악에 쓰이는 악기는 음정 오차 1도 내외로 맞춰야 하며, 이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작을 넘어, 소리를 짓는 장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의 정성과 철학이 담긴 과정이었습니다.

     

    5. 문헌 속 악기장이 남긴 흔적

    악기장의 존재는 다양한 고문헌과 회화 속에 등장합니다. 특히 <규장전운>에서는 악기별 음정 배치와 소리의 성질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며, 그 제작 기술에 대해 "장인은 반드시 소리를 듣고 나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당시 장인의 제작 방식을 목격한 내용이 실려 있으며 "울림통을 한 치 더 깎았더니 소리가 숨을 쉬었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단순한 수공예가 아닌 음악 철학이 깃든 장인정신의 증거입니다. 조선 후기에는 유명한 악기장의 이름이 궁중 기록에 남기도 했으며 전통 장악원 명단에도 종종 '아무개制琴(제금)'과 같이 제작 장인의 이름이 함께 표기되었습니다.

     

    6. 현대 국악기 제작과 악기장의 계승

    현재 악기장은 국가무형문화재 또는 시도 지정 장인 등의 형태로 명맥을 잇고 있으며, 특히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등은 전통 제작 방식 그대로 유지되기도 합니다.

    • 장인 개인 공방 : 오랜 전통을 지닌 악기장 가문이 운영
    • 국악기 제작소 : 국립국악원, 예술고와 연계된 제작소 운영
    • 체험 프로그램 : 대중 대상 국악기 제작·조립·연주 교육
    • 학제 협업 : 예술대학과 협력해 전통기술과 음향공학 융합

    최근에는 '3D 프린팅과 전통 공예의 접목', '디지털 튜닝 시스템과 아날로그 악기의 융합'도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전통 악기장의 역할이 단순 재현을 넘어 현대 감성과도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악기장은 과거와 현재를 소리로 잇는 문화의 조율자이자, 장인의 손끝으로 세대를 이어온 음악의 창조자입니다.

     


     

    맺음말

    1. 악기장은 조선시대 전통 악기를 제작한 장인으로, 음향과 공예를 융합한 고도의 기술자였습니다.
    2. 악기의 소리를 결정짓는 구조 설계와 재료 가공, 음조 조율까지 모두 손끝의 예술로 완성되었습니다.
    3. 오늘날에도 국악기 제작 장인들은 무형문화재로 계승되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적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