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4. 26.

    by. goodppls

    조선시대, 모든 집집마다 꼭 있어야 할 생활필수품이 있었습니다. 장독대에 놓인 장독, 밥을 담던 옹기그릇, 술을 담던 항아리 등, 그것들은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숨 쉬며 발효를 도왔던 살아 있는 그릇이었습니다. 이 그릇들을 만들던 장인이 바로 옹기장(甕器匠)입니다. 이 글에서는 옹기의 정의와 제작 방식, 옹기장의 역할, 민속적 의미, 도자기와의 차이점, 현대에서의 전승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봅니다.

     


     

    목차

     


     

    1. 옹기장이란 누구인가?

    옹기장(甕器匠)은 조선시대에 흙을 빚어 옹기를 만드는 전문 장인을 뜻합니다. 옹기는 물과 공기를 통과시키는 독특한 성질을 지닌 숨 쉬는 그릇으로, 발효와 저장에 최적화된 용기입니다. 옹기장은 생활의 필수품을 제작하는 장인이자, 지역 공동체의 먹거리 보존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자였습니다. 대부분 마을 외곽에 자리한 옹기촌에서 가족 단위로 작업하며, 세대를 이어 기술을 전승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지방 관청에서 수요에 따라 옹기를 제작하게 하거나, 군량미와 곡식 저장용으로 옹기장에게 대량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 옹기의 정의와 기능적 특징

    옹기란 유약을 입힌 토기로, 높은 온도에서 구워 내부는 방수되면서도 외벽은 미세한 기공(기포)을 유지해 공기 순환이 가능한 도기입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옹기는 다음과 같은 기능적 강점을 갖습니다.

    • 발효 기능 : 된장, 고추장, 김치 등 장류의 숙성을 촉진
    • 습기 조절 :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
    • 보관 적합성 : 술, 간장, 식수 등 장기 보관 가능
    • 냄새 배출 : 공기 중 가스를 자연스럽게 배출

    옹기는 여름에는 식히고 겨울에는 얼지 않게 하여 계절에 따라 내부 환경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지혜로운 그릇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옹기의 숨 쉬는 기능은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유리 그릇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자연 순환 구조를 지니고 있어, 전통 식문화의 핵심 도구였습니다.

     

     

    3. 옹기 제작 과정과 기술

    옹기 제작은 100% 수작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1. 흙 채취 : 점성이 좋고 철분이 적은 황토를 선별
    2. 반죽과 숙성 : 물과 섞어 수일간 숙성시켜 유연한 점토로 만듦
    3. 성형 : 물레를 돌려 몸통과 입구를 형성
    4. 건조 : 수일간 그늘에서 건조하며 균열 방지
    5. 유약 도포 : 유기물 혼합한 재로 옹기 겉면을 처리
    6. 가마 소성 : 1,200도 내외의 온도로 며칠간 가마에서 굽기

    가장 큰 기술력은 건조 균열 방지와 소성 온도 조절에 있으며, 단 한 차례의 실수로도 수일간의 작업이 무너질 수 있는 섬세한 작업이었습니다. 옹기장은 가마의 연기 색과 소리로 내부 온도를 파악하고, 밤새 가마를 지키며 온도를 유지하는 고된 수고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4. 옹기와 도자기의 차이점

    많은 사람들이 옹기와 도자기를 혼동하지만, 둘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즉, 옹기는 실용적이고 생명력 있는 도구로 사용되었고, 도자기는 보다 감상성과 장식성이 강조된 예술품으로 발전했습니다.

    구분 옹기 도자기
    재질 황토 중심 점토 고령토 중심 점토
    유약 잿물 유약 백자유, 청자유 등 광물유약
    기능 숨 쉬는 그릇(기공이 존재) 공기 차단, 완전 방수
    용도 발효, 저장, 식생활 중심 음식 담기, 예술적 감상

     

     

    5. 생활 속 옹기의 쓰임과 문화적 의미

    옹기는 조선시대 전 계층에서 사용되었으며, 그 쓰임은 단순 저장을 넘어 식생활, 의례, 민속신앙에까지 확장되었습니다.

    • 장독 : 된장, 간장, 고추장 발효용
    • 독항아리 : 김치 저장용 (김장철 필수)
    • 물독 : 시원한 식수 저장용
    • 술독 : 약주, 막걸리, 소주 보관용
    • 소금독 : 방습 및 곰팡이 방지용

    또한 집안의 장독대를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 비 오는 날 독을 덮거나, 귀신을 막기 위한 부적을 붙이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옹기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한국인의 식문화, 기후 적응, 공동체 감성이 집약된 상징적 존재였습니다.

     

     

    6. 현대에서의 전승과 활용

    오늘날 옹기장은 국가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옹기마을, 옹기축제, 체험학습장 등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현대 주방 환경에서는 플라스틱과 유리 그릇이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 발효 음식의 인기가 높아지며 옹기의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젊은 작가들은 현대 감각의 미니 옹기, 인테리어 소품, 생활 자기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전통 옹기는 장인의 손길을 담은 수공예 예술품으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옹기장은 단순히 그릇을 빚는 이가 아니라 흙과 불, 삶과 시간의 미학을 새기는 장인입니다.

     


     

    맺음말

    1. 옹기장은 조선시대 숨 쉬는 그릇인 옹기를 빚어 발효와 저장을 가능케 한 전통 생활 장인이었습니다.
    2. 옹기는 공기 순환과 습도 조절이 가능해 장류와 김치, 식수 저장 등 실생활에서 중요한 기능을 했습니다.
    3. 오늘날에도 옹기장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기능성과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 생활문화와 융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