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5. 21.

    by. goodppls

    하얀 종이에 혼을 불어넣는 장인, '지화장(紙花匠)'. 이들은 단순한 공예가가 아니라, '죽은 자를 위로하고, 산 자의 예를 다하기 위해' 종이로 사람과 꽃을 만들어낸 전통 장인이었습니다. 장례식, 불교 제의, 궁중 제례 등에서 사용된 종이 인형과 지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의례적 상징과 문화적 깊이'를 가진 오랜 전통의 산물입니다. 본 글에서는 지화장의 역할, 사용하는 재료, 제작 기법, 의례 속 기능, 역사적 기록, 그리고 현대 문화 속 계승 사례까지 상세히 살펴봅니다.

     


     

    목차

     


     

    1. 지화장이란 누구인가?

    지화장(紙花匠)은 조선시대 종이를 이용해 '꽃, 인형, 제례용 모형' 등을 제작하던 공예 장인을 말합니다. 주로 궁중 제사, 불교 의례, 민간 장례식에서 쓰일 지화를 만드는 전문 기술자로 활동했습니다. 지화장은 단순 종이접기 수준이 아닌, '재단, 염색, 조형, 접착, 입체 제작'까지 복합 기술을 구사했습니다. 이들은 일정한 틀 없이도 사람, 짐승, 관복, 기물 등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죽은 자를 위한 상징 공간을 완성'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일부 지화장이 궁중 장례와 국가 행사에 동원되었으며, 민간에서도 장례 직능으로 인식되었습니다.

     

     

    2. 전통 종이 인형과 지화의 종류

    지화장이 제작한 종이 공예품은 다음과 같은 용도와 형태로 나뉩니다:

    • 종이 인형(紙人形) : 망자의 시중드는 하인, 무사, 문관 형태
    • 지화(紙花) : 연꽃, 국화, 매화 등 상징적인 의례 꽃
    • 종이 공물 : 음식, 가마, 금은보화 등 소지물 모형
    • 종이 가구 : 침대, 상, 의자 등 망자가 사용할 것으로 여김
    • 지전(紙錢) : 저승에서 쓰는 돈으로, 소각용 제작

    특히 종이 인형은 망자를 저승에서 보호하거나 시중들 존재로 여겨져, 의복, 신발, 관모까지 정밀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지화(종이꽃)는 죽은 이를 위한 가장 정결한 장식으로, 자연 꽃보다 오래가고 상징성이 강해 제례에 널리 쓰였습니다.

     

     

    3. 지화장의 재료 선택과 도구

    지화장은 다음과 같은 도구와 재료를 사용해 섬세한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 재료 : 한지, 색지, 먹지, 연지, 생모시지 등
    • 염료 : 천연 염색(홍화, 쪽, 오배자, 치자 등) 활용
    • 도구 : 가위, 족집게, 송곳, 붓, 밀풀, 먹, 접착제
    • 구조물 : 철사, 대나무 골조로 지지대 구성

    지화장은 각 재료의 습도와 두께, 색의 조합 등을 고려하여 '종이를 겹치고 비틀어 꽃잎을 만들고, 인형의 손, 눈, 복장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가장 정교한 작품은 '실제 인물의 모습에 가까운 입체 지화인형'으로, 왕실 장례나 고위 관료의 장례식에서 사용되었습니다.

     

     

    4. 제례와 장례 속 종이 인형의 상징성

    지화장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영혼과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의 장인'이었습니다. 종이 인형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녔습니다.

    • 망자의 위로 : 저승길을 외롭지 않게 동행할 시종 표현
    • 부와 지위의 상징 : 시중드는 인형 수나 복장이 신분을 상징
    • 재물 대체 : 금, 은, 가구 등을 종이로 만들어 소각함으로써 무형적 제물로 전환
    • 불교적 상징 : 연꽃, 보살상 지화는 극락왕생의 기원

    <국조오례의>와 <동국세시기>에는 종묘 제사나 사대부의 장례에서 지화와 지인형이 반드시 준비되어야 할 의례 물품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종이로 된 것일수록 맑고 정결하다'는 인식이 있어 실물보다 오히려 종이 인형을 더 정중히 여긴 사례도 존재합니다.

     

     

    5. 문헌과 기록 속 지화장의 흔적

    지화장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은 문헌과 자료에서 확인됩니다.

    • <동국세시기> : "장례에 종이로 만든 사람과 꽃을 진설하되, 정결히 하여야 한다."
    • <국조오례의> : 종묘 제사에 쓰는 '지화'의 종류와 배치법 언급
    • <승정원일기> : 왕실 장례를 준비하며 지화장에게 의뢰한 사례 다수 기록

    또한 조선 후기 풍속화 중 '장례 행렬도'에는 종이 인형과 꽃을 든 행렬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이는 지화장의 활동과 작품이 시각적으로도 사회적 기억에 깊게 남았음을 보여줍니다.

     

     

     

    6. 현대 전통 지화의 계승과 활용

    오늘날 지화 기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 무형문화재 제124호 '지화장' : 전통 장례 지화 기술 보유자 지정
    • 전통 장례 체험 : 종이 인형·지화 만들기 프로그램 운영
    • 불교 행사 장엄물 : 사찰 법회, 연등제에 연꽃 지화 제작
    • 예술·공예 융합 : 종이꽃 장식, 웨딩·전시 디스플레이에 응용

    지화장은 단순한 조형이 아닌, 조선의 미의식과 정성, 예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담은 문화 기술자였습니다. 오늘날에도 그 기술과 정신은 전통 장례문화와 예술 공예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종이 인형과 제례 인형 제작자 - '지화장'의 손끝 기술

     


     

    맺음말

    1. 지화장은 종이 인형과 꽃을 제작해 제례, 장례, 불교 의식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전통 장인이었습니다.
    2. 종이는 상징성과 정결함을 갖춘 재료로, 인형과 공물을 제작해 망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사용되었습니다.
    3. 오늘날 지화 기술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장례문화, 불교 예술, 종이공예로 계승되고 있습니다.